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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그림일기

[그림일기] 비오는 날엔 역시

by 윤공룡 201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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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엔 역시

비오는날 그린 일기2018.04.23 비오는 날.

 불과 몇년 전만해도 '비오는 날'은 내가 좋아하는 날씨였다. 화창한 날씨도 물론 좋았지만, 비오는 날에는 그 특유의 분위기때문에 좋았다. 비 냄새가 섞인 공기냄새와 더불어 추적추적 내리는 소리, 빗물을 밟고 지나는 자동차 소리, 이불 덮어 몸은 따듯한데 얼굴은 시원한 기분 등 여러모로 비오는 날은 내게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점차 비오는 날이 싫어진다. 아니 어쩌면 비오는 날은 생각도 많아지고 항상 들떠있는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 줘서 좋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비오는 날 나가는게 싫어진거다.

 비가 올 때 안나가고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지나고나니,


'너는 왜 비오는 날이 좋아?'


라고 물어본 사람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겠다. 그때 당시에는


'비오면 공기도 좋고, 특유의 분위기가 좋고, 무엇보다 차분해지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


대답을 했지만, 이제 느끼는 건 나가면 고생뿐이다. 바지나 옷이 젖는건 둘째치고, 신발이 젖는게 너무 싫다. 게다가 어제처럼 비만 내리는게 아니라 바람까지 불어닥치면 우산을 써도 쓰고 있는게 아닌 꼴이다. 결국 홀딱 젖은 생쥐꼴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너무너무 싫다. 신발이 젖는것도 싫고, 옷도 젖는것도 싫고, 우산 뒤집히는것도 싫다.

 그치만 또 잘 도착해서 축축한 옷을 말려가며 창문에 탁탁탁 부딪히며 노크하는 빗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새 좋아지는걸 보니 역시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정답을 다시 찾게 됐다. 비오는 날은 좋은데, 실내에서 바라볼 때만 좋다. 로...

 그리고 오늘은 어제만큼 비가 내린다거나 바람이 불진 않지만, 출근과 동시에 퇴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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